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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바 기업 홍보 챌린지

스트라바는 달리기, 자전거, 수영 같은 스포츠 활동을 기록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입니다. 대략 스트라바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지음에는 스포츠 트래킹 앱들은 활동을 기록해서 로컬에 보여주는 수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내 활동 뿐 아니라 내가 팔로잉하는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기록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스트라바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저 역시 사이클미터라는 앱을 사용하다가 스트라바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정확한 계기는 사이클미터 구독 기능에 '스트라바에 동기화'가 생겼는데 문득 '이럴 바에는 그냥 스트라바를 사용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트라바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챌린지와 트로피케이스

스트라바에는 '챌린지'라는 기능이 있는데 지정된 기간 안에 조건을 만족하면 디지털 뱃지를 줍니다. 챌린지는 자전거 기준으로는 월 별로 '디스턴스 챌린지', '클라이밍 챌린지', '그란폰도'가 있는데 각각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리는지, 얼마나 많은 누적고도를 오르는지, 그리고 한 번에 100킬로미터 이상 달리는지로 성공 여부를 판정합니다. 제 기준에서는 디스턴스 챌린지는 한 달에 125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데 시간을 내가 쉽지 않아 지금까지 딱 한번 성공했습니다. 반면 클리이밍 챌린지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동네에 있는 오르막1)을 반복해서 오르면 금방 누적고도를 채울 수 있어 웬만하면 매달 달성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챌린지에 성공하면 디지털 뱃지를 받게 됩니다. 소수 기업 이벤트는 실제 뱃지를 주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는 라파 페스티브 500인데 이 챌린지에 성공하면 정말로 집으로 뱃지를 배달해 줍니다. 나머지 디지털 뱃지는 스트라바의 내 프로필 하위에 있는 '트로피케이스'에서 볼 수 있는데 이 트로피케이스는 스트라바 유료 사용자에게만 표시됩니다. 유료 사용자가 아니라면 프로필 페이지에 최근에 성공한 챌린지 다섯 개 까지만 뱃지가 표시되고요. 게임 만드는 입장에서도 교활하지만 효과적인 유료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열심히 달성한 챌린지 기록이 뒤로 밀려나 디지털 뱃지조차 볼 수 없게 되면 슬슬 스트라바에 돈을 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물론 스트라바의 유료 기능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홍보 챌린지

2019년 들어서 기업 홍보용 챌린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상반기에 제 트로피케이스에 보이는 것만 일곱개입니다. 위 그림은 최근에 달성한 챌린지 여덟 개를 트로피케이스에 표시한 것인데 여덟 개 중 다섯 개가 기업 홍보 챌린지입니다. 기업 홍보 챌린지는 난이도가 낮은 챌린지를 제시하고 챌린지에 성공하면 별도 등록 페이지로 보내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자사 웹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이나 기간제한이 있는 할인금액을 부여하고 이후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해 광고에 사용합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런 챌린지들이 꽤 늘어나면서 트로피케이스가 약간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스트라바는 스포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챌린지를 시도하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참여 중인 기업 홍보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고 손쉽게 챌린지에 성공합니다. 이전의 스트라바 챌린지는 어느 정도 마음 먹고 계획적으로 집중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기업 홍보 챌린지는 난이도가 낮게 구성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참여 버튼을 클릭하기만 해도 이미 챌린지에 성공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챌린지를 대하는 자세가 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시간 상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디스턴스 챌린지'는 시도하지조차 않았는데 이제는 챌린지에 뭔가 나타나면 읽어보지도 않고 일단 등록하기 시작한 겁니다. 덕분에 챌린지 성공 여부 역시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

또 트로피케이스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트로피케이스는 제법 노력한 결과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가령 작년 라파 페스티브 500 뱃지에는 영하 10도일 때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물통과 배터리와 폰이 얼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운데 달성했고 비슷하게 각 트로피들마다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기업 홍보 챌린지 트로피는 내가 대체 뭘 해서 저걸 달성했는지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이 트로피케이스가 나에게 의미있긴 한 것인지 현타가 몰려오기도 했고 스트라바 유료 구독을 취소할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스트라바 기업 홍보 챌린지와 트로피케이스를 대하는 제 태도의 변화를 보면서 게임의 도전과제가 변화해 온 과정을 생각해봤습니다. 맨 처음 도전과제라는 메커닉을 게임에 집어넣기 시작했을 때 이는 꽤 의미있는 메커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게임을 진행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온갖 도전과제가 달성되는 모습을 보며 도전과제하기보다는 그냥 내 아무 행동에나 화면 구석에 토스트를 표시하는 스팸 같은 것으로 인식해버렸고 그대로 몇몇 비슷한 게임을 접한 다음에는 완전히 무시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게임들은 다시 각각의 도전과제에 보상을 부여해 의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미 마음은 떠나버린 다음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업 홍보 챌린지는 유저들로부터 구독요금을 받아서는 충분히 풍족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한 스트라바의 지갑에 큰 도움을 줄 겁니다. 또 많은 사용자들이 반응하고 있고요. 아마도 기업 입장에서도 챌린지를 달성한 정도의 고객들이라면 정말로 자사 웹사이트를 관심을 가지고 둘러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인 것도 맞습니다. 서로 이익일 법한 행동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트라바의 주요 시스템 중 하나인 챌린지를 조금씩이나마 소모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챌린지의 역할과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게임의 도전과제 시스템이 그랬던 것처럼요.

1)
성남시는 서울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방향의 경계에 자전거로 오르기 좋은 포장된 오르막이 있습니다.
blog/strava-corporate-promotion-challenge.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07-06 21:00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