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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여느 분야에서나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합니다. 몇 년 주기로 유행이 찾아온다고도 하고요. 또 유행은 서서히 움직이는 대신 계기가 나타날 때 한번에 찾아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다음 시즌의 유행을 예상해 디자인을 만들고 미리 생산한 다음 미리 유통시킨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유행을 예상한다기보다는 유행을 만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게임 업계에도 몇 가지 돌고 도는 유행이 있습니다. 이 유행은 증명된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던 고객들이 게임을 시작하고 이 고객들이 서서히 더 해비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 끝에는 MMO 게임이 있다는 겁니다. 근거는 없지만 업계에서 이 주장은 거의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며 다음 유행에 맞아야만 할 새로운 게임을 피칭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 소재로 사용됩니다.

이미 유행이 시장에 나타난 다음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없지만 이미 시장에 나타났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몇 년 동안 모바일 MMO 게임의 유행은 퍼시스턴트월드가 될 겁니다. 퍼시스턴트월드는 MMO 게임의 근간이지만 지난 십여년 동안 여러 게임으로부터 천대받았습니다. 이는 어느 역사적인 게임으로부터 시작하는데 플레이어들에게 보다 몰입감있고 개인화된 경험을 주기 위해 플레이어들을 퍼시스턴트월드로부터 끄집어내 한정된 플레이어들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분명 MMO 게임을 하고 있지만 여느 퍼시스턴트 존에 가도 다른 사람과 마주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퍼시스턴트월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게임 초반을 바쁘게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 뿐입니다. 그들의 행색은 한결같이 초라하고 이 세계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MMO 게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을 잘게 나눠 그들만의 공간에 밀어넣고 플레이시키는 게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던전 입구에 보이던 많은 사람들은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 아니면 우리 파티만이 남아 외로운 전투를 시작합니다. 던전을 끝까지 돌아 전리품을 나누고 나서 다시 던전 입구로 돌아오면 사라졌던 모든 사람들이 던전 앞에 진을 치고 바보같은 소셜 모션을 반복하거나 제자리를 서성이거나 채팅을 하고 있지만 던전 안에서 그 사람들 모두를 만날 수는 없습니다. 별로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 역사적인 게임 이후로 던전은 보다 개인적인 공간이었고 MMO 게임의 꽃은 그런 개인적인 강렬한 경험을 주는 컨텐츠로 채워졌습니다. 다들 여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은 인원이 손발을 잘 맞춰 주의깊은 플레이를 요구하고 이 컨텐츠는 분명 재미있었지만 딱히 이 게임이 MMO인지 아닌지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중력을 잃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들으라고 '근데 이걸 MMO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할 때 비슷한 시간대에 업무에 집중을 잠깐 잃은 MMO 순수주의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번 겨울 시즌에 유행하는 옷들이 갑자기 백화점 판매대에 스폰되지 않습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 모양을 예상한 누군가가 결정을 내리고 발주를 넣고 생산해서 이 판매대까지 가지고 온 겁니다. 누군가 예상한 유행과 실제 고객들의 취향이 일치하지 않을 위험을 감수한 결과 이번 시즌의 유행과 일치하는 상품이 판매대에 나타났습니다. 순전히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몇 년에 걸친 MMO 게임의 유행은 퍼시스턴트월드가 될 겁니다. 가장 영향력있는 게임이 이 유행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고 고객들이 게임의 대부분이 퍼시스턴트월드로 구성된 이 클래식한 세계의 구성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또 퍼시스턴트월드에서 특별한 경험을 디자인하는데 겪었던 그동안의 어려움이 쌓이고 쌓여 이제 이곳에서도 어느 정도 의도에 맞는 경험을 여러 고객들에게 동시에 줄 수 있을 방법을 익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그동안 쉽게 무시되어 왔던 퍼시스턴트월드의 존재가 부각될 겁니다. 가령 초기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이 그 이전까지 MMO 장르에서 터부시되어오던 자동이동, 자동전투를 도입하고 아이템 판매, 성장 등 게임의 핵심기능을 퍼시스턴트월드에 배치된 NPC를 통하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인터페이스를 통해 즉시 실행하는 단기적으로 편리한 방식을 도입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이 방식이 유효합니다. 하지만 퍼시스턴트월드가 부각되면 이 여러 가지 행동을 좀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게 될 겁니다. 사냥 중 인벤토리가 가득 차면 이 아이템들을 정리하기 위해 마을까지 갔다 와야 하고 마을까지 더 빨리 가기 위해 탈것을 구입하고 탈것을 타고 달리는 내 모습을 게임을 갓 시작해 마을 주변을 서성이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며 나중에는 마을에서 먼 사냥터까지 포션을 배달해주는 롤 플레이어가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어느 정도 MMO 순수주의를 지향하는 낡은 플레이어인 제 입장에서는 기뻐할만한 일입니다.

이 유행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모바일 MMO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런칭 단계에 이르는 약 2년에 걸쳐 새로운 시대의 퍼시스턴트월드 플레이가 여러 회사와 프로젝트에 걸쳐 연구될 겁니다. 양상은 서로가 서로를 쉴 새 없이 배껴대며 결국 여러 게임이 비슷해지고 고객들은 이런 게임에 지쳐 이 유행을 처음 가져온 영향력있는 게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 MMO 순수주의 관점에서 퍼시스턴트월드 플레이는 발전할 겁니다. 개발에 참여하는 게임의 방향이 또 다시 조금 바뀔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

blog/trend.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12-15 18:36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