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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word-normal-vs-nospace

문단간격

결론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자포자기

십 수년 전에 기획서는 모두 위키에 작성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발팀 내에서 작성하는 문서는 결국 누군가에게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유하고 설득하고 개발을 진행하고 보고하는 등 맥락과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미래의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공유되어야만 했습니다. 단지 '문서'라는 이름 때문에 습관처럼 워드를 사용해 작성하고 있었지만 이 도구는 '공유'의 어떤 면도 도와준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공유하기 어려웠습니다. 문서가 변경되면 변경사항을 다시 공유하기도 어려웠고 어디가 변경됐다고 알려주기도 어려웠고 어느 것이 최신 버전인지 알려주기도 어려웠고 또 공유 자체를 일관된 방식으로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누군가는 메일에 첨부했고 누군가는 메신저로 전송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공유폴더에 복사해놓고 그 주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시다시피 이 모든 행동과 결과로 항상 워드로 작성한 문서를 공유하려면 항상 혼돈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공유한 이후에도 결코 혼돈은 끝나지 않았고요. 때문에 위키는 이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모든 사람들을 워드에서 끌어내 위키에 문서를 작성하게 떠미는 일 역시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임을 절실히 깨달았고 더이상 그런 시도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다만 그렇게 익숙한 워드로 문서를 작성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완화할 부드러운 방법을 찾아 제안하고 실천하는 정도가 내가 팀에서 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기여라는 사실도 깊히 깨달았습니다. 그 연장에서 워드 문서의 기본 본문서식 두 가지의 차이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표준, 간격 없음

워드의 기본 스타일에는 본문 서식이 두 개 있습니다. '표준'과 '간격 없음'입니다. 이들 둘은 동양식 문서와 서양식 문서의 특징을 구분하고 잘 정돈'되어 보이는 문서를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표준'은 문단 사이에 한 줄보다 작은 간격이 생깁니다. 그래서 문단을 구분할 때 엔터를 한 번 누르면 엔터를 두 번 누른 휑한 간격보다는 좁은 알맞게 보기 좋은 간격이 생깁니다. '간격 없음'은 이 문단 사이의 간격이 없이 엔터키를 누르면 한 줄에 해당하는 줄간격만 생깁니다. 그래서 엔터를 한 번 누르면 바로 이어서 다음 줄에 이어서 글을 작성할 수 있고 문단 간격이 없으므로 빽빽한 상태가 됩니다.

'표준'은 마치 이 블로그 페이지에 문단을 구분하는 것처럼 글 덩어리 하나와 다른 글 덩어리 하나를 구분할 때 사용합니다. 문단 사이에 엔터를 한 번만 누르면 예쁜 간격이 생깁니다. 줄간격이 없을 때 엔터를 두 번 누른 휑한 것보다 좁지만 문단 간격이 없는 글에서 줄간격만으로 구분하는 답답한 간격보다는 약간 더 넓은 딱 알맞은 너비입니다. '간격 없음'은 '번호 매기기'나 '글머리 기호'로 구분한 목록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만약 '표준' 본문 스타일로 번호 매기기 기능을 사용해 목록을 작성하면 목록의 구성요소 사이에 휑한 공간이 생길 겁니다. 이 공간은 문단 사이를 예쁘게 구분하기에는 적당한 간격이지만 각각의 줄로 구분된 목록 사이를 구분하기에는 너무 넓은 간격입니다. 문서를 읽는 입장에서도 목록은 서로 가까이 붙어있어야 목록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러려면 목록을 작성할 때는 본문 스타일을 '간격 없음'으로 바꾼 다음 목록이 끝나고 다시 서술로 이어질 때는 '표준'으로 변경해서 용도에 맞는 본문 스타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아무말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가 서양식 문서와 동양식 문서작성 문화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식 보고서는 주로 서술식으로 작성됩니다. 보존연한이 끝나 공개되는 오래된 정부 보고서나 논문, 업계의 전설들이 산업의 여명기에 작성한 기획서들을 살펴보면 여러 문단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문장을 통해 설명하고 설명이 끝나면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 설명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주제를 설명합니다. 반면 동양의 문서는 개조식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가령 행정기관 웹사이트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hwp 파일을 열어보면 모든 글자들이 답답한 표 안에 갇혀있거나 글자는 문장을 이루는 대신 글 머리 기호를 앞에 놓고 거의 음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짧게 끝맺는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서술식 문서에는 '표준' 본문 스타일이 어울리지만 개조식 문서에는 '간격 없음' 본문 스타일이 어울립니다. 우리가 실제로 작성하는 문서는 이들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으므로 작성하는 부분에 따라 본문 스타일을 바꿔 가며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1. 서술식: 표준
  2. 개조식: 간격 없음
blog/word-normal-vs-nospace.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9-11-24 14:22 저자 neo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