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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재택근무 검토

결론: 인터넷에 널리 공개된 재택근무사례는 달리 양산형 모바일게임 개발팀 입장에서는 온갖 문제를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스탭들의 기술적 측면과 문화 측면을 특별히 주의깊게 고려해야 하며 이 과정은 예상보다 더 고통스러울 겁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전에 비해 재택근무 혹은 원격근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저 역시 단순히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뿐 하나씩 고려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2020-03-03 현재 제가 일하는 조직은 재택근무를 시작하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국내 바이러스 확산은 이번주를 고비로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재택근무를 한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 한번쯤 점검해두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대비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고려할 점을 미리 한번쯤 고민해두면 덜 먹먹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직의 특징

규모

인터넷에 주로 나타나는 비교적 규모가 작고 기술수준이 중간 이상인 조직에 비해 모바일 게임 개발은 개발팀의 양상이 상당히 다릅니다. 먼저 규모가 큽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조직 규모가 10명에서 많아야 20명 수준이라면 저희는 이 수의 몇 배 정도 되고 더 커지면 배율이 두자릿수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기술수준

모든 사람의 기술 수준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계에 일어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주로 사용하는 형상관리도구인 퍼포스에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인코딩 설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위키에 트러블슈팅 문서를 참고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또 특정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나머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낮기도 합니다. 언리얼엔진의 파티클에디터는 놀라운 수준으로 다룰 수 있지만 자신의 작업과정을 위키에 매뉴얼로 만드는데는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MS워드로 문서를 작성할 줄 알지만 위키에 문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멍하니 빈 창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개발팀에 통역 혹은 시스템디자이너라는 기묘한 역할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저 같은 게임디자인으로부터 약간 유리된 일을 하는 게임디자이너도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으로 접하는 다른 분야의 개발팀에 비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기도 합니다.

문화

새로운 도구 사용에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실은 수 년에 걸쳐 잘못된 도구와 잘 업데이트 되지 않는 인하우스툴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업데이트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고통받은 덕분에 잘 모르는 도구는 일단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도구를 사용해보더라도 항상 플랜B를 마련해놔야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목업도구나 커뮤니케이션도구, 문서도구를 전파하기 쉽지 않습니다. 파워포인트로 한땀한땀 버튼을 그리는 사람, 스카이프 메신저로 일대일 대화를 줄기차게 하는 사람, MS워드 문서를 퍼포스에 올리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기 아주 어렵습니다.

개발의 특징

팀에 온갖 직군의 사람들이 섞여서 일합니다. 간단히 기획, 아트, 프로그램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레벨디자인, 시스템디자인, TA, 에셋PM, 원화가, 애니메이터, 모델러, 서버프로그래머, 클라이언트프로그래머, 컨텐츠프로그래머 등등등등등이 서로 다른 방식과 환경에서 일합니다. 엑셀과 위키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 언리얼에디터만 가지고 일하는 사람, 비주얼스튜디오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일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도구, 서로 다른 작업환경의 이해도마저도 다릅니다.

개발과 기초적인 테스트를 윈도우 시스템에서 수행하지만 실제 테스트는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해야 합니다. 모바일 바이너리가 빌드되면 인증된 시스템에서 인증된 디바이스로 바이너리를 다운로드한 다음 인증된 서버 환경에 접속해 테스트해야 합니다.

브랜칭 비용이 커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개발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일단 바이너리파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당장 언리얼에디터의 에셋파일 대부분이 바이너리입니다. 브랜칭을 결정하면 퍼포스 서버가 불타오르고 개발팀 전체가 브랜치를 다운로드하느라 거의 멈춥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번 브랜칭하면 다시 메인 브랜치로 돌아오지 않는 정책을 사용합니다. 이번주에 빌드업데이트를 할 경우 트렁크에서 빌드업데이트용 브랜치로 브랜칭한 다음 소스코드와 데이터를 양쪽 모두에 머지해 빌드하고 빌드업데이트용 브랜치에서 테스트 및 수정을 거쳐 릴리즈합니다. 릴리즈 후에는 빌드업데이트용 브랜치의 필요한 부분만 트렁크에 머지한 다음 정리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서로 다른 두 버전이 같은 브랜치에 섞여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

커뮤니케이션

아주 오랫동안 일대일 대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채팅을 주고받는 상황 자체를 거북해합니다. 팀 메신저로 슬랙을 사용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슬랙에 초대해놓으면 다들 익숙한 일대일 메신저 인터페이스는 어디에 있는지 묻습니다. 다이렉트메시지 기능을 한번 배우고 나면 사람들은 공개 채널에서 증발해버립니다. 공개 채널의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 몇몇이 떠들기 시작하면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관리자 통계상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떠든다고 나오지만 공개 채널에는 아무도 없는 기괴한 슬랙 워크스페이스가 완성됩니다.

가시성

진행중인 업무의 가시성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MS워드에 작성해 퍼포스에 올리는 대신 위키에 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하면 문서 작성 중간에 저장해야 하는데 그 중간 과정이 공개되는 상황을 거북해합니다. 그 중간과정이 공개돼도 개인의 평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중간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퍼포스에 명시적으로 파일을 올려야만 업무가 가시화되는 상황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이야기해도 잘 설득되지 않습니다. 잠깐 위키에 뭔가 끄적거리다가 순식간에 워드 파일의 퍼포스 경로가 적힌 메일을 받게 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의 로컬 커밋과 푸시 개념으로 완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위에 이야기한 기술수준 문제와 거대한 바이너리 문제로 도입 자체를 검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복잡한 환경

한때 여러 가지 보안사고로 망분리를 통해 개발환경을 구축한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온갖 문제로 망분리를 완화하거나 통합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망분리환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근본적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으므로 처음에 이야기한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재택근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개발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하더라도 윈도우 시스템 기반의 테스트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모바일 디바이스에 바이너리를 다운로드해서 테스트하려면 개발환경과 분리된 테스트환경을 구축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테스트용 디바이스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면 테스트 디바이스를 모든 스탭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실행과정 예상

환경구축

망분리 환경에서 개발하는 회사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머신을 두 대 줍니다. 하나는 인터넷이 되는 머신, 다른 하나는 인터넷이 안 되는 머신입니다. 원격으로 망분리된 개발환경에 접근하려면 일단 인터넷에 직접 연결 가능한 머신에 VPN을 통해 접근한 다음 여기서 다시 망분리된 머신에 접근해야 합니다. 사실 과정을 나타내면 그리 복잡하지는 않습니다만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이 환경을 서로 기술수준이 다른 모든 스탭들에게 전파하는데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같은 자리에 모여있었다면 누군가 가서 도와주면 되지만 서로 떨어진 환경에서 누군가에게는 일을 시작하지도 못하는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

고요한 슬랙 퍼블릭 채널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실시간이 아니면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가령 '우진님 안녕하세요' 라고 쳐놓고 제가 대답할 때까지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는 현상이 서로 모여있는 환경에서도 자주 일어나는데 서로 떨어져있으면 이렇게 대화하는 습관과 서로 일대일 환경이 아니면 대화하기를 꺼려하는 문화가 합쳐져 의사전달 비용이 커질 겁니다.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 극단적으로 슬랙의 다이렉트메시지 사용을 금지하거나 이와 유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없애는 방법을 고려했습니다만 방법이 폭력적인만큼 잘 돌아갈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담배타임이 급격히 줄어들어 위에 이야기한 다른 문제로 일어나는 생산성의 감소분을 채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흡연자 존중 문화는 정말 대단한데 흡연자에 대한 계도는 어떤 곳에서도 절대로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가래침과 담배꽁초와 금연구역 흡연에 대한 계도는 항상 '부탁'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이런 관대한 문화 속에서 중요한 순간에 팀에 흡연자들 전원이 동시에 사라지는건 그리 특별한 상황이 아닙니다. 한 명이 흡연장소로 출발하기 전에 자석처럼 주변의 흡연자를 붙여 동시에 전체 팀원의 25%가 30분 이상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 떨어져 일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흡연자들에게 관대한 환경의 일부가 사라져 흡연시간이 줄어들어 이 측면의 생산성 일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표

단기적으로

서로 한 곳에 모여서 일하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일해도 자신의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기술수준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만 서로 떨어져서 일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자신의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협업환경에 연결하는 정도의 업무는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은 갖춰야 합니다. 이 과정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자동화된 환경 구축과 안정감 있는 트러블슈팅 담당자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서로 공개된 장소에서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작업 진행 중의 가시성을 회피하는 업무문화는 평소에도 효율을 떨어뜨리지만 서로 떨어져서 일할 때 더 강력하게 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서로 떨어져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문화를 강력하게 계도하고 심지어는 기술적인 강제수단을 도입해야 할 수 있습니다.

· 2020-03-06 21:10

원격근무 1일차

결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날벼락

사실 엊그제만 해도 우리 같은 환경에 원격근무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쓴 날 저녁에 회사로부터 바로 원격근무를 시작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원격근무 사례들을 보니 우리보다 규모가 작고 기술수준이 높은 팀에서 미리 개발문화를 조율한 다음 서서히 시작해서 안착하는 모양이었습니다만 우리는 그보다는 훨씬 급하게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호흡과도 비슷합니다. 지난번 양산형 게임 개발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뭐든 엄청 빨리 진행하는 우리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망분리된 개발환경을 VPN을 통해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회사 입장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결정을 했고 엄청 급하게 작성된 것이 분명한 근무지침이 인터넷을 통해 처음 접근해보는 회사 메일 환경을 통해 날아왔습니다. 그렇게 첫 날이 시작됐습니다.

준비

사실은 그렇게까지 날벼락은 아니었고요, 하루정도 시간이 있었습니다. 개발 문화 측면이나 협업이 잘 될 것인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일단 회사와 집은 환경이 많이 달랐습니다. 집에서도 데스크탑 PC를 사용해 게임도 하고 글도 쓰고 코딩도 하곤 했지만 회사만큼 많은 모니터와 더 강력한 기계가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집에서는 기계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아 생기는 몇몇 상황에 좀더 관대하게 행동하곤 했습니다. 아무리 원격에서 RDP1)를 통해 일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모니터는 더 여러 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모니터를 구입하기도 그렇고 또 당장 강력한 기계를 장만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가 쓰던 기계로 어떻게든 비벼야 했습니다. 일단 모니터 개수는 포기했습니다. 또 원격에서 디바이스 테스트도 포기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개발 상황이 타겟 디바이스를 밀접하게 테스트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책상위에 굴러다니던 태블릿을 회사처럼 모니터 위에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하나는 서피스고, 하나는 아이패드로 전자는 독립된 윈도우 기계니까 컴퓨터 한 대와 추가모니터 한 대 역할은 해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좀 낡았지만 최소한 카메라와 마이크, 큰 시계 역할을 충분히 해낼 거라고 예상했고요. 재빨리 태블릿을 공중에 고정시킬 수 있는 거치대 두 개를 주문했고 다행히도 이들은 다음날 업무시작시각 직후에 도착했습니다. 거치대를 판매하는 분도, 이를 배송해주신 모든 분들도 분명 매일을 우리들같은 호흡으로 일하고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모니터 위에 윈도우 머신을 공중에 띄울 작정이므로 이들을 부드럽게 조작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잖아도 공간이 좁은데 별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놓고 조작하긴 좀 그랬거든요. 그래서 Synergy를 구입해서 설치했습니다. 이제 서로 다른 윈도우 기계 두 대 사이에 키보드와 마우스 한 세트만 가지고 조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집에 같은 키보드, 마우스가 합쳐서 3세트 있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이 똑같은 입력장치들은 낯선 작업환경을 효과적으로 익숙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작

회사의 놀랄만큼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RDP롤 통해서 모니터가 하나로 줄어든 내 작업환경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의사소통도구, 형상관리도구, 언리얼에디터, 위키, 커맨드라인, 인하우스툴 등등. 언리얼에디터를 처음 실행해서 모니터 하나에 빼곡하게 들어찬 인터페이스를 보고 잠깐 굳었지만 레이아웃을 이리저리 조절해 어떻게든 한 화면에 다 들어오도록 한 다음 코딱지만한 뷰포트에 익숙해졌습니다. 나머지 도구들은 딱히 익숙해질 것도 없었습니다. 가끔 화면이 뭉개지거나 응답이 잠깐 늦는 정도는 집에서 단련한 관대함 앞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피드백

일단 오늘 제 목표는 평소보다 피드백 텐션을 훨씬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사람 중 하나였고 다들 채팅보다는 직접 말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말에 익숙하다기보다는 말의 속도에 익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 글로 그만큼 빨리 피드백하면 답답함이 덜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평소보다 더 많이 채팅창에 나타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빨리 반응했습니다. 댓가로 각오한 만큼 답답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제 시간을 써야 하는 업무를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저는 말하는데 에너지를 써야 하는 타입의 사람이고 엄청나게 떠들어대고 나면 에너지를 몽땅 소모하고 늘어져있기 십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일하니 텐션을 올려서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피드백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에너지가 많이 남았습니다.

긍정적인 면

당연히 출퇴근시간이 사라졌고 저는 평소보다 두시간 늦게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만 자다 일어난 그대로 앉기는 좀 그래서 밖에 나갈 것처럼 준비한 다음 자리에 앉았습니다. 옷은 편하게 입고있었지만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출근복장 자체가 몹시 편한 모습이긴 합니다. 출퇴근시간이 사라지고 또 식사하러 이동하는 시간도 사라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열차를 기다리고 걷고 구내식당 줄을 서는 등등등의 모든 시간이 사라졌고 이 시간에 좀 일하고 좀 더 쉴 수 있었습니다. 텐션을 올려 대응한 덕분에 함께 일하는 스탭들의 업무속도도 이전에 비해 느리지 않았습니다. 또 업무시간 중 집중 감소로 비롯되는 신뢰 문제가 일어날 조짐을 '아직까지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의 호흡은 만만하게 일했다가는 순식간에 문제가 일어날만한 속도라 함부로 신뢰를 깰 결정을 하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부정적인 면

일단 첫 날에 한정한다면 높은 텐션으로 피드백했기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일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집중하려고 마음먹으면 집중하기는 좋은 환경입니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일할 때 가끔 듣는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놓 있습니다. 채팅창은 태스크바로 내려놓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집에서 회사 일에 집중하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일단 제 일을 해내려면 어쨌든 집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니 둘째날은 어떻게든 개선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또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완전히 동기화된 상태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령 이력서를 검토할 때 필요한 사람들이 가까이 앉아 각자 자기 모니터에 문서를 띄워놓고 바로 말로 의사소통하고 말이 끝나면 바로 결정을 내릴만한 상황에서 약간의 시간차이로 검토와 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각자의 시간을 동기화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생각하면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 것은 아닐 겁니다.

다음에 계속

남들은 이미 몇 년 씩이나 해와 당연할지도 모르는 원격근무를 이제서야 처음 해보고 경험이 재미있어서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모습이 좀 황당해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일단 오늘은 각오한 것 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내일은 처음으로 '회의'도 해야하고 또 집중해서 문서를 만들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정해진 원격 기간은 아직 더 남아있으니 이 동안에 최대한 우리 같은 상황에서 원격근무에 어떤 양상이 일어나는지 배워 둘 작정입니다. :)

· 2020-03-11 21:33

원격근무 2일차

결론: 널리 알려진 것과는 약간 다른 도구와 환경을 사용합니다. 채팅회의는 실제 모여서 하는 회의와 약간 달랐지만 한편으로는 이전의 회의를 제어하는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업무를 동기화할지 비동기상태로 처리할지를 결정하기 어려웠고 또 휴식을 취할 시간을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제 이 업계에서 일하며 처음으로 겪어본 원격근무 경험을 이야기했었는데요, 뭐 그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틀째인 오늘도 일하면서 적어둔 메모를 보니 이야기할 거리가 있겠다 싶어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봅니다.

도구

제가 그동안 들어 온 원격근무 사례들은 구성원들의 기술수준이 높아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협업도구들을 잘 활용했습니다. 가령 모든 사람들이 행아웃의 존재를 알고있었고 금새 사용했습니다. 제가 간과한 점은 이런 도구들이 인터넷에 널리 알려져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들은 망분리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구성원들이 그런 도구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런 도구들에 실제로 접근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는 약간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일단 인터넷이 없는 업무환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들 대부분은 게임을 제법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양산형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는 하지만 구성원들 각각은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직접 대화하는데 행아웃을 갖추게 하기는 어려웠지만 디스코드는 훨씬 간단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중이었거든요.

환경

회사는 어느 정도 환경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 몰려와 회의실을 쓰면서 시끄럽게 굴면 영업용 표정을 무너뜨리고 밥버러지 바라보듯 해 주면 됐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런 식으로 환경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집에선가 공사를 하는 모양인데 몇 시간 동안 드릴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대충 지나친 공사인 모양입니다. 다행히도 아이패드에 달린 마이크는 내 목소리만 상대에게 전할 뿐 그 주변을 매운 멀리서 들려오는 드릴의 진동을 함께 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제게는 계속해서 들려와 머릿속을 어지럽혔습니다. 게다가 집 근처에서는 동사무소에서 나온 차량이 의심증상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확성기를 통해 방송하고 있었고 폰은 이따금씩 지역의 새로운 확진환자 안내를 반복했습니다. 일단 집에서는 드릴 소리를 포함한 어떤 소리도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회의

어제 밤에는 걱정이 꽤 됐습니다. 이유는 어제는 회의 일정이 없었지만 오늘은 있었거든요. 과연 팀 간에 회의가 잘 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과연 채팅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디스코드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준비시키기는 어려웠거든요. 정확히 의도한 시각은 아니었지만 매터모스트 채널에서 관련 주제로 채팅이 시작됐습니다. 여느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 자료를 위키에 기록해서 링크로 뿌렸습니다. 원격 여부와 관계 없이 어느 한쪽에서 첫번째 제안을 만들어 가면 회의가 빨라집니다. 아무것도 없는데서 결정하기보다는 제안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제안에 동의하거나 씹고 뜯으며 다른 제안을 빨리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말로 하는 회의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지금 채팅창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고 대화 사이에 몇 십 초씩 간격이 길어지면 여길 계속 보고있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늘은 계속해서 집중한 채로 위키 페이지에 거의 실시간으로 회의록을 정리해 대화 사이에 간격이 길어질 때마다 그 시점까지 정리된 결론 주소를 계속해서 던졌습니다. 그러면 다시 몇 초 지나지 않아 채팅창 아래에 '누구 님이 입력하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표시되고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을 그때그때 채널에 추가하고 회의록을 던지고 잠깐 기다리면 동기화됐기 때문에 걱정한 만큼 나쁘지 않았습니다.

동기화 결정

디스코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망분리된 환경의 화면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전화요금 걱정 없이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그러자 어제는 없던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내가 지금 협의할 이 일을 어제처럼 비동기 상태로 진행할지 아니면 동기상태로 진행할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비동기상태로 일하는건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담당할 부분을 진행한 다음 적당한 방법으로 다음 사람에게 공유하면 됩니다. 하지만 업무분장이 완전하지 않거나 내 일 자체가 그런 비정형 상태인 일에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다음 사람들에게 넘기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 이전 사람도 내 다음 사람도 확실하지 않았고 내가 그때그때 결정하는 파이프라인에 따라 앞으로의 양산이 달라집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비동기상태로 처리해 지연시키면 그만큼 내 다음 사람들의 양산시간이 줄어듭니다. 다만 가까이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면 상대의 상태를 보고 동기화해서 업무를 진행할 결정을 하기 쉽습니다만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는 동기화한 업무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 구글캘린더 따위를 사용해 동기화할 시각을 결정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적용하기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휴식

혼자 앉아 일하고 있으니 몸을 움직이거나 휴식을 취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회사에서라면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와 잠깐 눈이라도 붙이거나 산책을 나가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집에서는 습관이 없어서인지 바로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회사에서라면 다른 사람들 자리를 찾아다니느라 꽤 돌아다니곤 했는데 채팅이나 디스코드를 통해야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하니 움직일 일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몇 시간이고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일하다 보니 몸이 힘들어지고 나서야 몇 시간이나 한 자세로 앉아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리에서 잠깐 일어났지만 평소에 회사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훨씬 더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그동안 읽어보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원격근무를 아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만 하던 때에 비해 실제로 뭐가 어려운 점인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혹은 우회할 방법이 있을지를 직접 파악할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상태가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직 이야기할 주제도 남아있고요. 일단 금요일 일이 끝났으니 평소와 같이 토요일과 일요일은 쉴 겁니다. 평소처럼 일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서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할 겁니다. 그러면 또 다음주에 계속해 보죠. :)

· 2020-03-11 21:33

원격근무 3일차

채널 기능이 있는 메신저를 사용하면서도 일대일 대화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채널로 끌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시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원격이 시작되자 아예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전에는 순차로 진행하던 의사소통이 서로 다른 채널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말을 안해서 아낀 에너지를 더 많은 의사소통을 하면서 비슷하게 소모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원격근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처음에 예정된 원격근무 기간은 이번주까지이고 다행히도 확진자 증가 추세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다음 주에는 그리운[?!] 스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도 해봅니다. 원격근무 이야기를 하자니 이제 겨우 원격근무 3일차입니다만 그래도 오늘 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DM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오래 전부터 일대일 메신저로 일해오던 습관이 뼛속 깊이 남아있어 현대의 슬랙 같은 도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다른 하나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장소에서 채팅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여러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동시에 이야기하도록 고안된 메시징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꽤 많은 사람들은 굳이 각자의 이름을 선택한 다음 일대일 대화를 하길 고집하는 원인을 생각해본 결과입니다.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이 대화를 보면 더 좋을텐데 굳이 일대일로 이야기한 다음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기를 원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이전까지는 제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항상 채널에서, 누군가가 제게 이야기를 걸어올 때는 항상 DM으로 하곤 했습니다만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아침부터 사람들이 제게 DM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만 상대가 주제를 꺼내기 직전에, 혹은 직후에 채널로 옮겨서 이야기하자고 한 다음 채널로 옮겼습니다. 이미 팀이나 주제 별로 이야기할 적당한 채널이 있었어요. 하지만 채널에는 파리가 날리고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도 없는 DM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잠깐 뜸을 들였지만 여섯 명에게 차례차례 한숨을 참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채팅 도구는 여러 사람이 보는 데서 이야기할 때 생산성이 개선되는 도구이고 사람들이 보는데서 이야기하면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또 간단한 내용이라면 이야기를 따로 정리하지 않고서도 꽤 널리 공유되기도 한다고요. 그렇게 이야기 여러 건을 채널로 옮겼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DM을 걸어 왔습니다.

사람들의 습관을 빠른 시간 내에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원격 기간이 끝나고 나면 채팅 대신 자리로 찾아와서 줄을 서서 기다리겠죠. 하지만 적어도 원격을 진행하는 기간에는 오래된 습관 때문에 이야기를 공유하기 어렵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팀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곤란한' 습관을 줄이려고 노력할 작정입니다.

가시성

다들 자리에 앉아있을 때는 일을 하고는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그냥 쓱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둘러보다가 집중이 깨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슥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힌트를 더 얻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행동만으로는 실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기는 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격을 시작하면서 서로가 눈에 띄지 않기 시작하자 가시성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작업 가시성 이외에도 그냥 그 사람이 일을 진행하고는 있는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서 자리에 있기는 한지 알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자리에 있는지 알고싶다면 채팅을 시작해보면 될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는 메신저와 위키와 메일과 형상관리도구 등 각자의 작업 가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격을 시작하자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시 영역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사용 가능한 작업 가시화 도구에 나타나지 않으면 이 사람이 자고 있는지 일은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채팅에도 나타나지 않고 위키와 메일에도 나타나지 않으며 형상관리도구의 커밋메시지에도 뜸하면 좀 답답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이 살아는 있는지 크래시리포트 페이지를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전 같으면 이 정도 상황이면 자리로 찾아가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겠죠.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팀에서 사라져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분들을 제거 제어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요.

동시진행

종종 사람들이 제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이야기할 때 수다스럽고 사람들과 온갖 주제로 이야기하는데다가 일 이야기가 시작되면 0.5 존카맥 정도 속도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말하는 시간은 짧지만 내가 말하는 글자 수가 더 많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할 때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키맨이 아닌 회의에 들어가지도 않고 담배터에 잘 올라가지도 않고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일합니다. 하지만 말할 일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자리로 찾아오고 심하면 서너명이 계속해서 줄을 서서 이야기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좋은 점은 앞에서부터 한 명씩 주제를 듣고 협의를 진행하다 보면 뒤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다가 '아!' 하고 자리로 돌아가버리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주변에 강한 민폐를 끼치면서도 여러 가지 주제의 진행상황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도 저는 한번에 한 사람과 이야기하며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채팅으로 전환하면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젊은 시절의 긴 시간을 IRC에서 동시에 여러 채널을 열어놓고 마치 내가 여덟 명은 된 것처럼 여러 채널에서 거의 동시에 이야기하던 과거를 살려 온갖 질문에 답하고 온갖 협의를 하고 파일 위치를 전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볼륨의 일을 하면서 말을 덜 해서 에너지를 덜 소모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 같으면 차례대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이제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거의 동시에 상대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저녁때가 다가오면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곤 했는데 그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또 비슷한 정도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업무일지로 미루어 대화하며 일할 때보다 의사소통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만 말을 거의 안 했음에도 에너지 소모는 비슷했습니다. 긍정적인 면이라면 같은 에너지로 일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부정적인 면을 생각해보면 말을 안해도 똑같이 혹은 더 피곤했습니다.

이어서 계속

생각해볼만한 주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원격근무를 계속하는 동안에는 이전까지 그저 마구 해 왔던 일을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볼 기회가 됩니다. 또 이전에 별 생각 없이 하던 일의 습관이나 스타일을 다른 각도로 접근해볼 수도 있고요. 이번 주 내내 원격을 진행할텐데 그 동안 생각해볼 주제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기록을 남겨 둘 작정입니다. 그러면 또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

· 2020-03-11 21:33

원격근무 4일차

원격근무는 그 구성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디바이스를 갖추도록 강요합니다. 갖추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불가능한 일정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목숨을 담보로 한 생산성 조정과 노동시간 측정은 장기적인 원격근무를 한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겁니다. 망분리환경은 일상적인 휴식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이제 4일째니 굳이 앞부분에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바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평생 일어날까말까 한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넘겨버리기엔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자. 오늘은 세 가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디바이스에 의한 차별

구성원 개개인이 갖추고 있는 디바이스에 따라 업무효율이 크게 차이납니다. 원격에서 일하기 위해 어떻게 생겼든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그게 윈도우이든 맥이든 태블릿이든 뭔가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으로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이전에 일하던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밤을 세워 업데이트해놓고 잠깐 나와서 점심 먹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뭔가 문제가 일어나서 데이터를 바꿔 다시 패치를 해야 한다고요. 이제서야 몇 숟가락 먹고 있는 참이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습니다. 한 손으로는 순가락으로 국물을 떠먹고 다른 한 손으로는 폰을 들고 당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도구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해서 설치해뒀던 원격 환경을 실행했습니다. 사실 전에도 집에 가다 말고 커밋한 적이 있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조작 끝에 데이터를 올려놓고는 다시 전화해서 테스트해보라고 한 다음 밥을 마저 먹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밥을 남긴 채 회사로 달려가는 걸로 끝납니다만 스마트폰으로 작업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환경에서 매일의 업무를 하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우리들이 개발에 사용하는 거의 모든 앱은 넓은 화면과 독립된 키보드, 마우스가 있을 환경을 가정하고 개발되었습니다. 이런 앱들을 스마트폰의 작은 - 요즘에는 스마트폰도 결코 작지는 않지만 - 화면으로 원격에서 실행된 모습을 보며 사용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원격에 사용할 이상적인 디바이스는 회사 환경과 거의 동일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구성원이 이런 장비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조립한지 오래된 윈도우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원격 데스크탑 접속 환경이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오래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VPN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고 더이상 아무 컴퓨터도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임시로 랩탑을 대여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의 차이에 따라 업무 효율이 크게 차이났습니다.

엊그제 디스코드를 사용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나마 디스코드 앱을 별도로 설치할 디바이스가 있는 구성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제 경우에는 더이상 운영체제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 아이패드에 디스코드를 설치해놓고 모니터 옆에 매달에 편하게 사용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마이크가 달린 디바이스도 없고 스마트폰을 이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업무 가시영역에 아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길어지고 개인이 돈을 들여 디바이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심지어 평소에 그런 디바이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요. 원격은 구성원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오버워크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만 사실 이 업계에서는 먼 이야기입니다. 먼 이야기였고 지금도 먼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한 주에 초과근무를 최대 12시간까지만 허용하는 법률이 시행되면서 간간히 들려오던 업계 사람들의 자살 소식은 줄어들었습니다. 불가능한 일정을 변경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정이 계속해서 변경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우리들 중 누군가 내일 시신으로 발견돼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 불가능한 일정 속에서 웃을 거리를 찾아내고 짧은 순간이나마 보람을 느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일하는 것이 우리 모습입니다. 원격으로 업무를 한다고 이런 상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업무 스타일이 달라지고 업무효율이 달라졌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일정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기존 노동시간은 회사에 앉아 시작하고 회사를 떠날 때 종료하며 중간에 개인 용무로 사용한 시간을 빼서 계산합니다. 가령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한다면 회사에 머문 시간은 12시간이지만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중간에 병원 갔다온 30분 빼고 저녁식사를 마시는데 사용한 30분을 빼면 실제 인정되는 노동시간은 10시간입니다. 회사에 머물며 보낸 시간 중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 등을 제외한 남은 시간만 인정됩니다. 이런 규칙은 원격근무를 시작하는 순간 서로 곤혹스러운 상태가 됩니다. 언제부터 노동시간으로 인정할 것인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내 노동시간으로 요구할 것인가를 합의해야만 합니다. 지금의 규칙은 기존 회사 네트워크 안에서만 할 수 있던 출근, 퇴근, 초과근무신청 등의 동작을 원격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노동시간 평가 기준을 원격과 같은 상황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망분리환경과 휴식

요즘 세상에 망분리환경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어보이지만 저희는 여전히 망분리환경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힙한 최신 도구를 사용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구글에서 문제 해결방법을 검색한 다음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화면을 쳐다보고 망분리된 환경에 텍스트를 하나하나 입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일로 만들어 별도 승인 받은 전송시스템을 통해 보내는 시간보다 그냥 타이핑하는 시간이 더 짧을 거라고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스크린샷 한 장, 영상파일 하나, 소프트웨어 하나를 전송하려고 해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요즘 소프트웨어들은 인터넷을 통해 인증받는 경우가 많아 이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곤혹스러운 경험을 해야만 합니다. 또 주기적으로 인터넷을 체크하는 소프트웨어는 사용할 수 없고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강하게 의존하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완전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최신 도구나 웹사이트에서 동작하는 이제는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검증된 서비스를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마치 30년 전처럼 개발합니다.

회사가 승인한 모든 메시징 도구는 이 망분리 환경 안에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다닌지 10년이 넘어가고 재난알림마저도 인터넷으로 받으라는 압력에 응하지 않는 행동이 게으름으로 표현되는 시대에도 스마트폰으로는 그 무엇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망분리 환경 안에 있는 메신저, 메일, 지라, 퍼포스, 위키, 오피스, 원노트 등등 그 어떤 것에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들에 접근하는 방법은 단 하나, 원격 데스크탑 앱을 사용하는 것 뿐입니다. 메시지나 메일이 도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 같은 것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자기 자리를 떠나는 순간 이 모든 업무의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됩니다. 원격 환경에서는 이 상황이 더 심해집니다. 회사라면 잠깐 커피를 가지러 자리를 떠난 사이에 뭔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저 멀리 탕비실을 기웃거리는 나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원격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 방 밖에 나가 물을 마시는 사이에 내가 필요한 일이 생겨도 알림을 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오직 내가 직접 컴퓨터 앞을 지키며 벌개진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에 계속

실은 오늘까지 4일째 원격근무를 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메모가 이제 글 하나 정도를 더 쓸 분량만큼만 남았습니다. 내일 일하다가 또 다른 메모를 하기 전까지는요. 달리 말하면 원격으로 일하며 제가 단기간에 느낀 점은 슬슬 다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오랜 기간 원격으로 일하며 느낀 점, 장기적인 업무설계, 회사와 나 사이의 관계설정, 프로젝트 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있지만 저와 제 업무환경은 그런 단계까지 경험해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또 내일도 일해보고 또 이야기할 거리가 남아있으면 다른 글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

· 2020-03-11 21:34

원격근무 5일차

평소에 성과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분들은 원격에서도 높은 업무가시성과 명확한 피드백을 유지했습니다. 채팅으로 이야기할 때는 말로 이야기할 때와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원격으로 일하는 가운데 이를 지탱해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슬슬 익숙해질 부분은 익숙해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그런가보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익숙해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사실상 절망하던 상황에 비하면 제 기준에서는 생각보다 일이 훨씬 잘 돌아갔을 뿐 아니라 회사가 제공한 환경 역시 망분리환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으놀 원격을 진행하며 새로 만든 메모는 없지만 이제 남은 메모를 긁어모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피드백(2)

일하면서 마음속으로 고성과자들로 구분해놓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평소에 의사표현이 명확했고 업무가시성이 항상 높은 상태였습니다. 딱히 본인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방식 자체가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기에 더 편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안전한 방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무대 뒤에서는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있을른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들과 일하면 신나고 즐겁습니다.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고 이 분들의 결정은 딱히 걱정할 필요 없이 수긍해도 대부분 안전합니다. 웬만큼 이상한 문제도 답을 찾아냈고 웬만큼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또 주변 사람들을 절망으로부터 끄집어냈습니다.

이 분들은 원격 상황이 되자 일하기에 더 편한 상태가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업무가시성이 높아 진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피드백인데 서로 직접적인 가시성이 떨어지므로 어떤 의사전달 수단이든 응답이 빠르고 명확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일하기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시간을 동기화한 협업만이 협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어떤 관점에서는 지난 세기의 조직입니다만 이 상황 속에서는 시간을 동기화한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이 분들의 피드백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또 질문의 범위를 잘 파악해 정확하게 피드백했습니다. 가령 우리가 처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그렇다'와 '아니다'의 단 두 가지 대답을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 기능을 지금 테스트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는 '그렇다' 혹은 '아니다' 중 하나로만 답할 수 있고 이 분들은 그렇게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같은 질문에 어젯밤에 늦게까지 데이터작업을 했는데 카운터파트 스탭들이 퇴근해서 문제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 왔는데 출입카드를 놓고와서 등등등으로 시작하는 질문과는 동떨어진 대답도 뭣도 아닌 것을 들으며 오르는 혈압을 삭여야 합니다.

말하기

입으로 말할 때와 손가락으로 말할 때는 서로 다른 말하기 방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동기화해서 협업하는 동안에는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의를 끈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개방된 업무공간에서 이 방법은 내가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사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집중을 깨는 단점이 있지만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회사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서로 떨어진 공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동기화한 상태로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내가 상대에게 텍스트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서 상대가 그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텍스트라도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의를 끄는데 성공했다면 주의를 끌고 있는 시간 동안에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스탭들 대부분의 채팅은 일단 주의를 끈 다음 메시지를 몇 분에 걸쳐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의 메신저 앱은 상대가 입력하고 있을 때 이 사실을 이미 알려주고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동안에 이 행동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줍니다. 아무 메시지도 전송하지 않았더라도요. 이제 저는 두 가지 문제로 이 채팅창을 열어놓고 몇 분이고 기다려야 합니다. 일단 상대가 저를 부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간은 기다려야 하고 그 다음은 상대가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제 주의를 계속해서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대가 드디어 문장을 완성해 전송하기 전까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상대가 메시지를 타이핑하는 광경을 멀리서 텍스트를 통해 지켜봅니다. 그 끝에 나온 메시지가 '아닙니다. 다음에 출근해서 이야기헤요'라고 할지라도요.

서로 떨어져서 일할 때는 상대와 항상 시간을 동기화해서 이야기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의를 끄는 대신 처음부터 본론을 바로 이야기함으로써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 긴 메시지를 한번에 만들어내기 어렵다면 다른 텍스트에디터에 타이핑한 다음 붙여넣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시작부터 상대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 첫 번째 완결된 문장을 만들어내는 길고 고된 시간 동안 상대의 주의를 끌지 않은 채로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문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부르기 전에 먼저 본론을 완성하세요.

원격을 지탱하는 사람들

저희 팀이 원격을 수행하는 방법은 망분리환경을 원격에서 접속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회사에 내 컴퓨터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평소와 똑같지만 다만 자리에 사람이 없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원격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누군가의 컴퓨터는 뭔가 잘못됩니다. 응답이 없어지고 원격에서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기계에 접근해서 이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리셋 버튼이라도 눌러 줘야 합니다. 만약 원격을 한다고 해서 회사에 아무도 없다면 원격이 지탱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들보다 더 책임이 많은 누군가들은 여전히 평소보다는 사람이 훨씬 적어 조용할 회사를 지키며 원격으로 일하는데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출근한 사람들의 식사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사무실을 청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람들을 위한 공중위생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합니다. 이 분들이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평소와 같이 일해 주신 덕분에 책임이 그분들만큼 크지 않은 우리들이 안전하게 원격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이 원격 업무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바닥

이제 지난 며칠간 원격으로 일하며 적어둔 메모를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실은 출퇴근시간이 사라져 이 시간을 추가로 일하는데 사용하거나 이 시간에 운동을 했더니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굳이 문단을 구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예정된 남은 원격 기간은 지금까지 지나간 기간보다 더 짧게 남았고 이대로 안정적으로 일한 다음 모두 안전하게 만나 남은 일을 이어서 진행하기를 바랍니다.

· 2020-03-11 21:30
wiki/remote.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0-03-11 21:33 저자 neoocean